회사원, 인턴으로 산다는 것

 

 

제주에 온 지 어언 10개월.

우울 증 때문에 너무 괴로웠던 나날들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인생의 성장을 느끼게 해줬던 순간들도 굉장히 많이 있다. 

벌써 5개월이 지났지만, 

나에게 직장이 생겼고, 나름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 것 같다. 

 

‘인턴’이라는 두려움

하지만 ‘인턴’ 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므로, 맘 편히 다닐 수 있는 직장은 아닌 것 같다. 

(오늘 전반적인 회고 하기 전까지는..) 

무엇보다 스스로 내재되어있는 ‘완벽주의’,’고정 마인드셋’으로 인해 스스로를 괴롭혔던 시간이 있었고, ‘인턴’이기에 계약기간이 끝나면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어느정도는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퍼포먼스를 잘 내지 못하고, 하는 것들은 많아졌지만, 내가 잘 성장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동갑인 상사의 부정적 피드백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주눅이 들고, ‘나는 왜 이 것밖에 못하지?’, ‘저 사람은 왜 나를 이렇게 공격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또 나를 좀먹기 시작했고, 우울함이 또다시 솟아 올라, 극에 달하게 되었다. 

다만 본질로 들어가보니,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있지?’,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해져 있는거지?’ 

‘나의 포지션이 인재개발팀인데, 인재개발팀의 일원으로 나는 뭘 해야 맞는거지?’ 

다양한 생각들이 피어났고, 정리를 하다보니 어느 순간 스스로 괴로워했던 부분을 놓아주게 된 것 같다. 

 

나에게 주어졌던 기회들, 얻어진 역량

나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 왔다. 

채용팀으로 시작해서, 마케팅, 서비스 기획, 웹/앱 기획, 그리고 인사팀으로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여러 회사, 여러 직무를 경험하면서, 각 팀의 베이스가 될만한 역량들을 키울 수 있는 기회들을 얻었다. 내가 겪었던 모든 직무의 공통점도 볼 수 있게 되는 시야를 가지게 되고, 각 직무 별 커뮤니케이션 방법, 기획력, 분석력 등등 훈련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정말 감사한 일들이다. 

다만, 내가 간과했던 것은 나에게 그렇게 많은 기회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너럴리스트로서 많은 것들을 얕게 알고 있지만, 스페셜리티가 떨어진다는 것. 

이 부분을 놓치고 있었고, 어떤 근자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남들보다는 내가 낫지’라는 생각이 피어오르게 되었다. 이게 지금의 나에게 얼마나 큰 자괴감을 안기게 했는지..

 

스스로 우물을 파게 한 ‘자만’이라는 족쇄

지금의 회사를 들어오게 된 것은 우연이었고, 이렇게 좋은 회사로 들어올 수 있게 된 것은 또 한 번의 기적과도 같은 일임을 깨닫게 된다. 

사실 인재개발팀에 속해 있지만, 그 외의 다양한 업무를 맡아서 해 볼 기회들이 많이 있었다. 

그 것들을 실행하는 데에, 처음에는 굉장히 좋은 마음, 그리고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스스로 뭔가 불편한 느낌도 가지면서 일하게 된 것같다. 

내가 가진 역량들을 빨리 퍼포먼스를 통해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자만’이라는 족쇄가 채워져 있는 채로, 나는 재미있는 일들 조차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게 스스로 막아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다양한 경험들이 했다는 것은 나에게 큰 축복이지만, 난 그 축복을 제대로 활용하기는 커녕, 스스로 ‘자만’이라는 족쇄를 채워 자유롭게 펼쳐 나가지를 못했다. 

결국 나에게 돌아온 것은, ‘그만큼의 퍼포먼스를 내지 못했다’ 였고, 그 말에 매몰되어 또 한 번 우울한 감정에 빠지도록 우물을 파게 되었다. 

 

일련의 회고, 그리고 다시. 

사실 스스로 정리할 시간도 없이 프로젝트들을 빠르게 진행했어야 하므로, 점점 힘은 빠지고, 남탓을 많이 하게 되면서, 스스로도 자괴감에 빠지게 되었다. 

‘나는 왜 그렇게 조급했던 거지?’ ‘나는 왜 부정적 피드백으로 “부정적”으로 밖에 받아드리지 못한거지?’ 등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에 답을 해 보면서 지난 5개월에 대한 회고를 진행했다. 

결론적으로는 ‘고정적 마인드셋’이 아직 내 안에 남아 있고, ‘자만’이 나를 진전하지 못하게 했던 것 같다. 

사실 부정적 피드백이라는 것이, 상대방이 정말 악의적으로 피드백을 준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피드백으로 인해 나에 대해서 보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것이 아닌가. 오히려 그 사람을 탓하기 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커야 함을 느낀다. 

‘인턴’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조급하게 만들고, 퍼포먼스를 빨리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할 수 있지만, ’인턴’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회사의 성장 자체가 결국에는 나의 성장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인재개발팀이라면..) 그것을 빨리 하는 것보다 천천히 하면서 고도화해 가면, 성과는 저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 아닌가? 만약 내가 느리다고 해서 그만큼의 성과를 못내면 당연히 회사가 저절로 나와의 계약을 종결하겠지만, 그래도 뭔가 조금씩 바꿔 나가고, 조금씩 변화된다면 결국 회사에서는 ‘나’라는 사람이 없으면 안될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결국 나는 ‘다시’ 입사 초기 때 마음을 잡아본다. 

입사 할 때는 우울증 치료가 계속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대충 하자’ 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 마음을 다시 되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대충’은 정말 텍스트 대로의 ‘대충’이 아닌, 느려도, 천천히 하더라도 조금씩 스며드며, 나를 회사에 맞추고, 회사가 나를 맞출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매일 ‘다시’ 라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천천히 우울증에서도 불면증에서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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